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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사람의 곳으로부터 - 지하철 1호선 첫번째 이야기 / 김수박..

◎..수박 씨가 내뱉어 보는 권유..◎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도서관 서가를 산책하다가, 내 방에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는 책들을 눈으로 훑다가, 종종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겠다는 둥, 저 책은 ‘누구’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둥, 요 책은 ‘누구’에게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둥 하는 생각. 반면에 누군가 서점의 한쪽 코너에서 책을 뒤적이다 내 생각이 나서 보내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 기분이란 그저 책 한 권 선물 받는 것 이상으로 오묘한 것이다.


『사람의 곳으로 부터:지하철 1호선 첫번째이야기』는 생산자님이 보내온 책이다. 그냥 내 스타일(?) 같다며, 그냥 생각나서 보낸다는 메모에는 내심 부담감을 덜어주는 배려도 함께 담긴 듯하다.『을지로 순환선』을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이 책의 제목에서 내가 떠오른 건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누군가 책을 보면서 나를 떠올려준다는 게 참 기분 좋은 일이며 오묘한 기분이 아닐 수 없다.


김수박. 저자의 본명인지 필명인지 모르겠으나 이 여름과 어울린다(?)는 생각에 잠시 웃어본다.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김수박. 그의 만화가 품고 있는 주제는 아리송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관계’에 대한 모색이 차분하게 담겨 있다고 할까. 무수히 많은 익명의 사람들 틈바구니 속의 나, 남과 여의 관계,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이간질하는 보이지 않는 세상사의 의식들이 슬며시 녹아 있는 맛이다.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색채가 참 오묘하다. 개중에는 흑백도 끼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감이 짙다. 인물들의 표정은 심하게 혹은 적당히(?) 일그러지고 왜곡되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조금 적나라하게 인간을 표현하고자 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솔직함을 우리네 가식 위로 덧씌웠거나. 강요도 비판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김수박의 만화는 담백한 맛이 배어있다. 저자의 말처럼 ‘치우치지 않음’이라는 미학일 수도 있고, 그저 ‘내뱉어 보는 권유’일는지도 모를 담백한 맛이랄까.


‘관계’ 속에는 다양한 우리네 삶의 모습이 집약되어 있는 듯하다. 저자가 만화를 통해 군데군데 드러내는 것 중에 이별도 있고 사랑도 있다. 꿈도 있으며 처절한 자기비판도 있다. 세상사를 향한 주정처럼, 푸념처럼 무심히 내뱉고는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할 넋두리와 한탄도 있으며, 어설피 보이는 욕지거리도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적의도 보인다. 등장인물의 이름 중에 개 이름을 갖다 붙인 걸 보면 꽤나 솔직하다(?) 못해 매서운 맛도 느껴지는 듯하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들은 ‘관계’ 속에서 피고 지는 역동성을 갖는 생명이 아닌가 싶다. 들숨과 날숨의 사이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일어나고 누우며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다채로움 그 자체이다. 때론 이 다채로움으로 인해 번민하고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관계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관계의 재조명·재설정 과정을 통해 조금씩 관계라는 울타리로부터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 인간의식의 중요한 작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도 이 좁은 땅 그 어디에서 우리를 잠시 떠올려주는 고마운 존재가 있음을 기억하는 일,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 그것은 꽤나 흐뭇하고 행복한 일일 것이다. 우리 역시 일상의 잠시나마 누군가를 자연스레 떠올리는 그런 기분 좋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부유하는 많은 생각들 틈에서 이처럼 소중하고 행복한 생각의 한 귀퉁이를 잡아 베어 물 수 있는 일상이 모든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기를 바라며····



사람의 곳으로부터

김수박 지음/새만화책

실종아동 후원 기금마련 캠페인

by ragpickEr | 2009/07/13 07:13 | ☞【冊-冊-冊-冊】☜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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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ini's home at 2009/07/13 13:03

제목 : 사람의 곳으로부터 by 김수박
볼록거울은 평면 거울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볼록거울에 비치는 세상은 주변으로 갈수록 일그러짐이 심해진다. 김수박의 화풍은 ‘볼록거울’이다. 그리고 김숙박의 작품 세계 역시 볼록거울이다. 볼록거울로 비추어진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지면 위에 나타낼 수 있는 것 보다 넓은 시야를 통해 배경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배경은 언제나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정상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보게 해 주지만 그와......more

Commented by 간이역 at 2009/07/13 15:21
사람들과의 관계가 참 힘들죠....오묘하기도 하고...사회생활이 그런게 힘든 것 같아요
Commented by ragpickEr at 2009/07/16 13:30
간이역님^^*

이제 사회초년생이지만.. 참 그 관계라는 게 그저 동네친구 대하듯 한다고 죄다 예전처럼 잘 되는 것 같진 않더군요.. 정말이지 어려워지는 나날입니다..관계라는 울타리에서..^^*;

좋은 날 되셔요..고맙습니다.^^*
Commented by 아빠공룡 at 2009/07/14 12:05
우리 가족 외에 나를 이시간 떠올려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그런데... 왜 내가 떠올랐을까...? 도 중요하겠다 싶네요....;;
Commented by ragpickEr at 2009/07/16 13:31
아빠공룡님^^*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을 그 시공간을 상상해보는 것은..생각보다 오묘하고 달리봐도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물론 익명의 살인마(??)가 저를 떠올리고 있다면 섬뜩하겠지만..ㅋ)

그러게요.. 왜 내가 떠올랐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늘 한계가 있으니..^^* 후훗..

좋은 시간들 속에 계시길 바라며..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딱정벌레 at 2009/07/14 23:34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아마 인간적이시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휴머니즘...^^ 사람냄새가 나는 따뜻한 사람이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요. 뭘 검색하다가 저 간이역님 보았습니다. 꿈꾸는 식물...^^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여기더라고요.^^ 반갑습니다. 저도 꿈꾸는 식물 읽었습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그 책을 이유는 제가 당시 비슷한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Commented by ragpickEr at 2009/07/16 13:33
딱정벌레님^^*

오랜만이셔요~^^* 여전하시지요? 헤헤..

어익후.. 그리도 좋게 풀이를 해주시니..면구스럽기만 합니다..^^*;;

간이역님과 왠지 친근한 관계가 되실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요? ^^* 추억과 기억을 바탕으로 ^^*

오랜만에 흔적남겨주심에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좋은 날 되셔요..
Commented by 딱정벌레 at 2009/07/17 11:56
여전합니다.^^;; 집에 컴퓨터가 안돼서 우스게 소리로...디도스야..ㅋ 기사님 오셔서 고치긴 했는데...
비오면 안되고 그러네요.ㅋ 간이역님 친해지고 싶어요.^^ 다리 놓아 봐요.ㅋ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며...^^ 건강하시고요.
Commented by ragpickEr at 2009/07/20 23:54
딱정벌레님^^*

후훗.. 여전하시다니 다행입니다..^^*
디도스..ㅋㅋㅋㅋ 저도 살짝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후훗..

비가 오면 안되는군요..^^* 딱정벌레님 컴퓨터는 감수성이 뛰어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리요? ^^*; 저는 아직 이글루스 신입생(?)이라서 잘 모르는데요..? 후훗..
열심히 친해지셔서 저도 좀 꼽사리 끼워주세요~^^*;

나날이 좋은 날이시길 바라며..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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